누구도 카페 창업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언스페셜티
2024년 12월 27일(금) #4호
[인터뷰 미리보기]
part ② ⋯ "밤을 새면서 로스팅을 했다."
part ③ ⋯ "성공 원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part ④ ⋯ "일주일에 5개의 영상을 끊임없이 올려보자는 게 목표였다."
part ⑤ ⋯ "우리는 시장을 리딩해 가는 사람이지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다."
part ⑥ ⋯ "그러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따라온다."
part ⑦ ⋯ "힙한 카페의 수명이 짧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말한 사람과 묻고 쓴 사람]
말한 사람: 언스페셜티 안치훈 대표. 스페셜티 커피, 카페 창업 관련 유튜브와 플랫폼을 한다.
묻고 쓴 사람: 채널톡 조혜리(테나). 스타트업을 취재하다가 스타트업에 왔다.
“영상을 두 개 만들면 고객의 문제 두 개가 해결되고, 영상을 일곱 개 만들면 고객의 문제 일곱 개가 해결된다. 그러니까 발행량을 늘리기로 했다.”
사전 미팅에서 안치훈 대표의 확신에 찬 말을 듣고 내심 부러웠다. 저렇게까지 확고하게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로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던가.
‘안스타’ 안치훈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커피 유튜버다. 스페셜티 원두와 머신을 판매하고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커피 플랫폼 ‘언스페셜티’도 운영하고 있는데, 두 영역의 조화가 절묘하다. 유튜브 채널과 비즈니스가 선순환을 이룬 덕분에 2023년 매출은 26억 원, 2024년은 40억 원 이상. 법인 설립 3년만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니치한 분야로, 혹한기에 이룬 성과다.
스페셜티 커피란 SCA 평가 80점 이상의 퀄리티 높은 커피를 이른다. 끝판왕급인 '파나마 게이샤' 같은 경우에는 1kg에 1000만원을 넘는다. 이런 고급스러운 분야를 다루는 유튜브라면 우아하고 유려한 영상만 올릴 것 같지만 웬걸. 안스타의 초기 영상들은 ‘스팀밀크 연습하는 방법’,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내릴 때 자주 하는 실수’ 같은 극히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덜렁 찍은 것이 분명한 담백한(?) 영상미는 덤.
(*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스페셜티 커피 협회)
이유는 간단했다. 영상 퀄리티의 우선순위가 낮았으니까. 20대 시절부터 커피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안치훈 대표는 ‘카페 창업에 대해 잘 모르고 창업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현실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설명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 한 개 꼴로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 하나에 고객의 문제 하나가 풀렸으니까.
어떻게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렇게 분명하게 알 수 있었을까. 안스타 본인이 20대 내내 카페 창업을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는 2025년 1월 발행될 채널톡 유튜브 '스몰톡라운지' 인터뷰 내용과 사전 미팅, 추가 전화 인터뷰 등을 한데 엮은 내용이다.)
어떻게 커피를 시작하게 됐는지.
중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친구 두 명을 꼬셔서 창업을 했다. 항상 막연하게 창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벤처 창업 수업을 듣고 불이 붙었다.
그 때가 2012년 즈음이었는데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시차를 이용해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희도 몇 년 뒤 중국에서 유행할 아이템을 찾다가, 처음에는 피자를 눈여겨봤다. 그런데 일을 배우기 위해 교수님께서 소개해 주신 분과 함께 카페 창업을 준비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바리스타 아카데미를 3개월 다녀서 자격증 하나를 따고, 중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했다.
그 때 한국에서는 카페베네를 중심으로 카페 문화가 발전하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 이 시장이 정말 커질 거라고 생각했다. 로스팅 머신을 사고 사무실을 임대해서 원두 납품부터 시작했다.
카페가 아니라 로스팅부터 시작한 이유는?
한국 커피 비즈니스를 보니까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는 로스터리들의 수익이 안정적이고 좋았다. 중국에도 카페가 생기면 다들 원두를 필요로 할 거고, 로스터리 사업을 시작하면 유망하겠다고 생각했다.
시작하고 나서는 어땠는지.
창업 직후에 기회가 있었다. 새로 시작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1호점이 장춘에 400평 넘는 규모로 열렸다. 직원 40~50명에 메뉴를 140개 정도 만들어야 했다. 저희도 가서 한국 바리스타들과 3개월 동안 밤을 새면서 일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저를 좋게 봐주셨던 거 같다. 동업 제안을 받았는데 지금 회사가 있다고 하니까 그러면 커피를 납품해 달라고 하셨다.
그 프랜차이즈 1호점이랑 인생 첫 계약이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큰 카페에 납품을 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저희 로스팅 머신은 작은데 발주량이 너무 많으니까 밤을 새면서 로스팅을 했다. 만 원짜리 매트리스 사서 사무실에 깔아 놓고 살았다. 자다가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원두 빼고, 다음 원두 넣고 다시 자고. 그러지 않으면 납품을 맞출 수 없었다. 아침에는 헬스장에 가서 씻고 다시 일했다.
그게 되게 운 좋은 순간이었다. 딱 성장할 수 있는.
처음부터 B2B 비즈니스로 시작한 셈이다.
그때 에스프레소 머신을 살 돈이 없어서 원두 테스팅을 못 했다. 다행히도 확인해 보니까 맛이 괜찮았다. 물론 저희가 핸드픽*을 정말 열심히 했기에 퀄리티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있었다. 생두 1kg에서 핸드픽을 하고 나면 500~600g밖에 안 남을 정도로 미련하게 했다. 결점두가 아닌 것까지 골라냈으니 지금 생각하면 멍청했다.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 핸드픽: 손으로 결점두를 빼내는 것)
지금도 그 사업은 유지 중인가.
지금은 접었다. 중국 시장이 되게 까다로운데 잘 몰랐다. 제조 허가를 받으려면 1억 원 이상을 투자한 외자 법인이 있어야 한다. 나중에 알고서도 돈이 없어서 '어떻게 하지' 하다가 죄송하게도 거래처가 벌금을 맞았다.
납품을 못하더라도 저희가 쓸 커피는 로스팅할 수 있으니까, 카페를 창업했다. 교수님이 학교에 카페를 열어 달라고 맡겨 주셨다. 카페는 오픈하자마자 잘 됐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가 14명이나 있을 정도였으니까.
어떻게 잘 됐을까?
저희가 학생이니까 학생들의 니즈를 잘 알았다. 경쟁 카페가 뭘 못하는지도, 그것만 개선해서 카페를 내면 승산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 속도. 당시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인터넷 환경을 파는 곳이었다. 우리가 해결할 문제는 커피 맛이 아니라 와이파이 속도라고 봤다. 인터넷 속도를 빠르게 해서 학생들이 과제를 빨리 제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커피가 아니라 와이파이가 성공 비결이라니.
지금이야 '빠른 와이파이를 제공해서 장사가 잘됐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저희 커피가 맛있잖아요.'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깊이를 갖고 있었다. 제 자신의 성공 원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제가 작은 매장에서 성공을 해 봤으니까, 그 성공 방정식을 130평 규모의 큰 카페에 적용해서 오픈한 적이 있었다. 한 번 성공을 맛봤으니까 자신 있었다. 겉멋이 잔뜩 들어서 커피 머신도 원두도 좋은 거 갖추고 자신있게 오픈했는데 실패했다.
얼마만이었나.
9개월만에 힘들어서 그만뒀다. 아무리 노력해도 손님이 늘지 않았다. 당시 저는 커피만 맛있게 바꾸면 사람들이 몰려들 줄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간을 소비했다. 공간의 변화가 없으니 반응이 없었던 거다.
그 당시에 어땠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빵을 만들었다. 아침 7시까지 오픈 준비를 하고, 9시에 오픈을 해서 저녁 11시까지 일했다. 130평 매장을 청소하고 집에 가서 누우면 새벽 2시였다. 다시 4시에 일어나서 빵을 만들고.
그 생활을 3개월 동안 매일 하다 보니까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정말 친한 후배의 결혼식에 못 갈 때는 자괴감이 들었다. 갈 수가 없었다. 일을 해야 하니까. 이게 대부분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 싶어서 자격증을 많이 따기 시작했다. 교육도 들으러 다니고, 농장에 갈 생각도 했다. 중국 운남성에 커피 농장이 있는데 월급이 50만 원 정도다. 진짜 일하기로 합의가 돼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이 어려워져서 제가 돈을 벌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유튜브를 시작했나.
한국에 돌아와서 감성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서 2년간 일했다. 매일 8~10개 정도의 개인 카페나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하거나, 프랜차이즈 본사 슈퍼바이저들을 교육하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니 카페 창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커피 지식을 알리려고 플랫폼을 찾다가 유튜브가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여러 제안을 했는데 큰 회사라서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직접 해야겠다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를 시작한 게 2020년 무렵이다.
초반에는 영상을 정말 많이 올렸다.
1년 동안 일주일에 5개의 영상을 끊임없이 올려보자는 게 목표였다. 커피 유튜브 채널들의 구독자 수, 그 구독자를 달성하기까지 올린 영상 개수, 영상의 퀄리티, 다 조사해놓고 시작했다. 1년간 영상을 몇 개 올리면 어느 정도 구독자가 되겠구나, 목표를 잡고 시작했다.
1년을 하니까 300개 넘는 영상이 올라갔다. 하루는 저희 PD가 안스타 채널의 영상을 정리하다 보니까 첫 번째 해의 영상이 300개, 두 번째 해의 영상이 365개라면서 놀라서 말씀하셨을 정도였다.
좀더 대중적인 영상을 만들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 같은데,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는지.
사실 유혹은 없었고 명확했다. 그건 우리 길이 아니니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카페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미션이었다.
일주일에 영상을 두 개 만들면 문제를 두 개 해결하는 거고, 일곱 개 만들면 일곱 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영상의 퀄리티를 낮추고 효율을 극대화했다. 제작 효율을 위해 꽤 오랜 시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었고, 카메라로 바꾼 지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최근에는 카메라도 쓰고 프랜차이즈 커피 평가나 인플루언서 콜라보도 하고, 대중적인 행보로 보인다.
어느 순간 지표가 고이는 게 보였다. 영상을 1000개 정도 올린 시점이었다. 그 안에 커피에 대한 웬만한 지식은 다 있었다. 이런 영상을 계속 올리면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만족시킬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의 성장은 못 할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사명을 바꿔서, 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영상 퀄리티를 높이고 대중적인 콘텐츠를 하기 시작했다. 채널에 출연하는 저의 ‘캐릭터’가 만들어져야 하고 더 많은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야 했다. 그래야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 문화를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
유튜브 핵심 지표로 뭘 보시는지?
시청 지속 시간과 조회수. 평균적으로 영상 지속 시간이 30~40% 나오고, 50%까지 나올 때도 있다. 저희 영상 길이가 15분 정도, 길면 25분까지 되는데 지속시간 40%면 좋은 지표다.
시청 지속시간이 높다는 건 코어 시청자들은 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 의미다. 물론 시청 지속시간은 조회수에 비례해서 낮아진다. 평균적으로는 10분~20분 영상 기준으로 좋은 영상의 기준을 40%로 잡는다.
대중성을 의도한 영상이라면 시청 지속시간이 다른 영상에 비해 떨어져도 괜찮은가.
맞다. 다만 조회수는 높은데 시청 지속시간이 짧은 영상을 좋은 영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시간이다. 시간을 얼마나 점유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가치가 평가된다.
사람은 무언가를 많이 보면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된다. 무의식 중에 각인되면 소비될 확률도 높아지는 거다. 그래서 같은 지표라면 시청 지속시간이 높은 걸 선호한다. 회사 차원에서는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연동해서 본다.
최근 파나마 게이샤 산지를 다녀온 내용을 2시간짜리 영상으로 업로드했는데, 이 영상의 시청 지속시간은.
14.1%다. 2시간 8분짜리 영상의 시청 지속시간이 18분이니까 좋은 지표다. 영상을 나눠서 올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가 붙여서 올리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굳이 제작비 1~2000만원을 들여 이런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제가 너무 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영상을 봤을 때 한국에서 커피 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2시간짜리 영상을 많은 구독자들이 좋아해 줬다. 커피 하는 사람들은 이 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틀어두는 경우도 많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영상이니까. 이런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건 제가 직접 커피 사업으로 시행착오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목표로 두면 저희 회사의 방향은 달라질 거다.
좋은 영상의 기준이 복합적인 것 같다.
데이터 많이 본다. 그런데 데이터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저희가 생각했을 때 직감적으로 '이 시장은 이렇게 가야 해'라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했을 때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참 미묘한 포인트인데, 예를 들어서 ‘에듀’ 사업에서 어떤 클래스가 필요하냐고 설문조사했을 때 1등이 커피 기초과학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니까 매출은 제일 낮았다.
설문조사로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조심스럽다. 그보다는 우리가 쌓아 온 직감을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시장을 리딩해 가면서 고객들에게 비전과 나아갈 길을 제안해 줘야 한다.
너무 고객의 뒤만 따라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뒤를 따라가는 건 우리의 방향성 안에서 고객을 얼마나 챙기면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저희, 진짜 데이터 많이 보고 CS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무조건 고객 인터뷰, 설문조사만 따라가서는 안 되는 거 같다. 우리는 시장을 리딩해 가는 사람이지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색이 강한 기업들을 보면, 어느 순간 스케일업을 위해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고 나면 정체성을 놓은 게 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런 고민은 없으신지.
그런 고민 크다. 다만 심각하지는 않다. 우리 목표는 우리가 바뀌는 게 아니라 우리를 좋아하는 고객이 많아지게 하는 거니까. 우리 색을 지키면서 그 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시장은 커진다.
말로는 쉽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근데 지금까지 우리가 지향한 건, '우리는 그대로 가되, 우리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커지기 위해 우리를 바꾸는 건 잘 모르겠다. 좀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더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항상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확신은 없다. 다만 지금 단계, 오늘 이 시점까지는 우리가 바뀌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에 매월 원두를 선별해 판매하는 ‘월픽’으로 ‘몰’ 사업을, 2021년에 커피 교육을 하는 ‘에듀’ 사업을 런칭했다.
월픽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유튜브를 하다 보니까 '저도 안스타님이 드시는 맛있는 커피 먹어 보고 싶어요.' 이런 피드백이 많았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왜 문제일까 의아했는데, 제가 기업 고객들을 만나다 보니까 개인 고객들의 문제를 잘 몰랐던 거다.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구나 싶어서 좋은 로스터리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월픽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사업 확장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발은 없었는지.
큰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은 항상 고민이 많다. 스토어를 만들고 매출을 늘리고 싶은데 자칫하면 '팔이피플'로 보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특정 영역에 전문성이 있거나, 그게 아니라도 문제의식을 갖고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니즈를 채워줘야 한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에게 그게 없으니까 제공해 주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따라온다. 스토리텔링도 자연스러워지고 구독자들도 반감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월픽'도 '에듀'도 오히려 고맙다는 반응이 많았다.
에듀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신다면.
사실 전문성 있는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하지 교육을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하는 게 훨씬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비교적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교육 시장에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현실에 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저희 채널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채널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이 엔드유저까지 교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라인으로 하면 확실히 진입장벽도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로스팅 교육 과정은 오프라인으로 들으면 300~4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저희는 로스팅 교육 코스 가격이 30~40만원이라서 정말 인기가 많았다.
니즈가 아주 확실했던 거 같다.
로스팅 교육은 비밀에 싸여 있던 교육이었다. 그걸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가격도 낮다는 게 신선했을 거다.
그 다음에 에듀라는 온라인 커피 교육 플랫폼을 만들었다. 제가 이미 겪어 봤으니까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잘 알았고, 큐레이션을 잘하려고 노력했다. 로스팅 클래스는 배포 하루만에 3000만원 수준의 매출이 났다.
유튜브 콘텐츠가 무료라면, 에듀는 유료 콘텐츠인 셈이다. 콘텐츠를 유료, 무료로 푸는 기준은?
그 콘텐츠의 니즈가 크면 무료로 하고, 작으면 유료로 한다. 니즈가 크면 무료로 풀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우리 서비스를 경험한다. 그러면 우리가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따라온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고객들이 우리를 사랑해 주고. 또 다른 영역에서 소비해 줄 확률이 높아진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적은 콘텐츠는 우리가 그것들을 유지할 때 비용이 발생하니까, 오히려 그런 콘텐츠들을 유료로 제공하는 것 같다.
요즘 카페 창업 업계는 어떤지 궁금하다. 새로 창업하는 분들을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
최근 2~3년 사이에 카페 분야에도 변화가 많았다. 일단 양극화가 심해졌다. 아예 저가로 가거나, 아예 프리미엄이거나. 중간의 애매한 포지션의 카페들은 힘들어진 곳들이 많다.
아무래도 카페 창업이 쉬워 보이지 않나.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창업 자본이 엄청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쉽게들 생각하고 카페 창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공급도 많아지고 컨셉도 비슷해진다. 그러면 고객 입장에서는 어디든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결국 입지와 상권이 제일 중요해진다.
그래서 카페의 '캐릭터'가 더 날카로워야 한다. 다른 카페가 주지 못하는 경험을 주는 카페만 살아남는다. 내 상권 밖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추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 잘되는 것 같다.
고객들이 커피 맛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커피 맛을 잘 몰랐다. 그전에는 카페를 결정할 때에는 공간 경험, 서비스, 메뉴의 다양성이 중요했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커피 맛을 아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커피가 맛없어도 화려한 겉모습이나 마케팅으로 잘됐던 카페들, 흔히 말하는 '힙한 카페'의 수명이 짧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 이유는 사실... 카페의 본질은 커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빠르게 올라갔다가 빠르게 꺼진다. 트렌드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면 한때는 힙했다가도 빠르게 져 버린다. 특정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커피라는 음료 자체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음용되어 왔고 변치않는 수요가 있었다. 그래서 커피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오랫동안 잘해온 브랜드들이 빛나는 시기인 것 같다.
카페가 오프라인 창업이라서 비용이 많이 들고, 재창업이 어렵다는데.
한 번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카페 창업은 적어도 3000만 원, 많으면 수억 원까지 드니까 개인으로서는 재창업에 도전하기 어렵다. 창업하기 전에 내 돈을 쓰지 않고도 내 카페처럼 운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해보기를 추천한다. 시행착오를 겪어 보고 나서 내 자본을 들여 카페를 창업할 때 성공 확률이 높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들어도 모른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영상을 봐도 직접 겪어야만 아는 것들이 있다.
첫 시도에 실패는 무조건이라고 보는 건가.
무조건이다. 특히 지금처럼 한국에서 카페업이 성숙한 단계라면 첫 번째에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 실패를 디폴트로 생각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은퇴 자금으로 카페 창업하는 분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번에 투자하고 실패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대표님의 창업 초반이 연상되는 조언이다. 언스페셜티는 탄탄하게 크고 있는 것 같은데, 매출 성장세가 궁금하다.
작년(2023년) 매출이 26억이었고, 올해(2024년) 매출이 40억을 넘길 것 같다. 내년에는 150억이 목표인데, 열심히 하고 있다.
2022년 처음 법인 설립한 걸 고려하면 빠른 성장이다. 재무제표를 보니까 손익분기점을 딱 맞추고 있던데, 의도한 것인지?
투자도 대출도 받지 않았다. 계속 자기 자본으로 운영하고 투자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맞춰서, 이익이 남으면 투자하고, 또 남으면 투자하는 식이다. 그래서 수익이 나지 않는 모양새가 된다. 돈을 벌자고 하면 쌓을 수는 있다. 다만 그러면 빠른 성장을 못 하니까.
참고로 우리는 광고비 지출이 없다. 페이드 마케팅을 거의 해본 적이 없고, 오가닉 채널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요즘 사후적으로 오가닉 채널을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은데, 조언을 한다면.
어려운 문제다.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초반에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그 오가닉 채널의 정체성이 기업의 미션에 맞게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기업들이 당장의 성과가 급하니까 제품 이야기를 먼저 한다. 그런데 고객은 ‘여기는 홍보 채널이네’라고 정의하는 순간 떠난다. ‘여기는 나에게 도움될 만한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공유되는 채널이네’, 이렇게 인식해야 구독을 누르고 시간을 써서 이 채널을 더 본다. 사람들은 더이상 소중한 시간을 광고를 보기 위해 쓰지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국에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면서 기존 콘텐츠들을 번역해서 올리고 있다. 그 다음에 해외 커피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서 꾸준히 해외를 다니고 있다. 한국 커피의 수준이 높다는 걸 많이 느낀다. 오히려 해외에 한국 브랜드들이 진출했을 때 승승장구하겠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데, 언어 장벽이 크다. 그것만 해소되면 글로벌 격차가 많이 줄어들 거다.
교육으로도 글로벌 서비스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커피 교육의 문제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 모델로 글로벌로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들을 섭외해서 교육을 런칭했다. 미국 법인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30개국에서 저희 교육을 듣는다.
아직은 한국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어서 특별한 마케팅을 하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서비스는 '우리 저기로 갈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유지해 놓는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트래픽이 조금씩 늘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는 만큼 대한민국 커피 시장이 성장할 거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가 얼마나 똑똑하냐,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이 시장의 파이가 결정된다. 우리가 글로벌하게 열심히 하는 만큼 시장이 커진다고 믿고 있다.
[안스타] 비전문가 논란, 해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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