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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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이 연매출 300억, 알라미를 만든 흑자 DNA

2025년 4월 22일(화) #9호

파는 사람들2025-04-22

[미리보기]

  • part ⓪ ⋯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매출 300억 기업

  • part ① ⋯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는 문제

  • part ② ⋯ 0원 마케팅: 해외 기자에게 메일을 쓴 이유

  • part ③ ⋯ 1인 프로젝트에서 법인이 되기까지

  • part ④ ⋯ 60개국 1위를 만들었던 전략의 뒷배경

  • part ⋯ ‘수익화’는 처음부터 중요했다

  • part ⋯ ‘나쁜 선택’이었던 광고 네트워크, 하지만

  • part ⋯ 딜라이트룸의 다음 단계

[말한 사람과 묻고 쓴 사람]

  • 말한 사람: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 기본 알람을 대체할 알람 앱 '알라미'를 만들고 있다.

  • 묻고 쓴 사람: 채널톡 조혜리 에디터: 스타트업을 취재하다가 스타트업에 왔다.

알라미 제품 이미지 (출처: 딜라이트룸)

무슨 일이 있어도 깨워주는 악마의 알람 앱, ‘알라미’를 만드는 딜라이트룸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부트 스트래핑’의 대표 사례로 여겨지는 회사다. 불황이 닥쳤던 2024년에도 딜라이트룸의 실적은 무려 매출 337억 원에 영업이익 190억 원. 법인 설립 이후 10년간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고도 만들어낸 단단한 성과다.

딜라이트룸 2024년 실적 (출처: 딜라이트룸)

덕분에 지금껏 딜라이트룸의 성공을 조명한 콘텐츠도 무수히 많았다. 성공의 비결을 묻는 말에 신재명 대표가 가장 많이 하는 답변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라는 정론. 어찌 보면 개발자에 뿌리를 둔 ‘메이커’로서 당연한 이야기로 보인다.

다만 몇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사업은 잘 만든 제품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잘 만든 제품을 알리고, 고객과 수익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며, 팀을 만들고 조직을 키우는 일이 이어져야 한다. 1인 개발자로 시작한 신 대표는 어떻게 이 모든 과정의 균형점을 찾아갔을까. 알라미는 어떻게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탄탄한 매출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앱이 되었을까.

놀랍게도, 그 가능성의 씨앗들은 대부분 신재명 대표가 혼자였던 3년의 세월 속에 있었다.

워낙 부트 스트래핑 모범 사례로 알려져 있다. 딜라이트룸을 다루는 콘텐츠도 많고, 조언을 구하러 오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모든 상황에 맞는 은탄환이란 없는데 다들 기대를 품고 물어보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야기하다 보면 뻔한 것들이다. 회사라는 게 한 번의 의사결정만으로 성공하고 실패하지 않는다. 여러 의사결정이 쌓여서 결과가 나오는 거다. 짧은 답변으로 의사결정 근육에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을 주기가 어렵다. 그래도 반복되는 키워드는 있다.

어떤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나오나?

예를 들자면 ‘문제 정의’. 남들이 생각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나는 ‘사람들이 일어나려고 알람을 쓰는데 일어나지 못한다’는 문제가 너무 이상했다. 누구나 겪는 문제인데 아무도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화장실에 핸드폰을 두고 알람이 울리게 했던 경험에서부터 알라미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대학원 때까지 알라미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운영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학사 4학년 때 시작해서 석사 2학년까지, 3년간 학업을 병행하면서 알라미를 운영했다. 중간중간 친구들에게 외주를 주기도 했다. 어떻게 혼자 개발부터 마케팅, 디자인, CS까지 다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냥 재미있어서 했다. 나는 버티지 않았고 그냥 시간이 지나갔다.

공부 안 할 때는 항상 알라미 업무 보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 운 좋게도 대학원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라는, ‘기술로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게 사실 알라미와 관련이 깊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학문이 '설득 기술학(persuasive technology)'이다. 흔히 사람에게 가벼운 보상을 줘서 특정 행동에 중독시키고, 숏폼 같은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게 하는 식으로 쓰인다. 알라미는 ‘일어나는 행동’을 잘하도록 해야 했는데, 이건 사람의 본능과 반하는 행동이라 어떻게 잘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알라미를 쓰지 않았을 때와 썼을 때, 사용자의 상황 비교 (출처: 딜라이트룸 블로그)

당시 공부하던 내용과 알라미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사람이 행동하려면 ‘동기(motivation), 실행 가능성(ability), 계기(trigger)’가 모두 필요하다는 ‘행동 모델(FBM)’ 개념이 있는데 이게 알라미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이 잠에서 잘 못 일어나는 이유는 다시 잠들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 동기를 통제하기 어려우니까, 실행 차원에서 잠에서 깨기 쉬운 상태를 만드는 거다. 침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 예를 들어 화장실의 사진을 찍어야 알람이 꺼지도록 해서, 침대에서 멀어진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식으로.

알라미도 화장실에 핸드폰을 두고 알람이 울리게 했던 데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공원 벤치를 찍어야 알람이 꺼지게 하는 식으로 이동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많다고.

큐브를 맞춰서 사진을 찍어야만 알람이 풀리게 한 사용자도 있었고, 아침마다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펴놓고 사진을 찍어야 알람이 풀리게 한 사용자도 있었다. 행동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다 연결이 된다.

알라미가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일화도 제법 흥미롭다. 2012년 앱 출시 직후에 반응이 없자 직접 ‘씨넷(CNET)’이라는 해외 매체에 알라미를 소개해 달라는 메일을 썼고, 기사가 나온 이후 글로벌 인지도가 급증했다고.

(참고: 0원으로 미국 유명 뉴스에 소개되기 (feat. CNET))

알라미(Sleep If U Can)가 소개되었던 씨넷 기사 (출처: 씨넷)

맞다. 이 일화만 놓고 보면 ‘해외 매체에 적극적으로 연락하라’는 게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 생각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는 기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크롤링해서 메일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답장이 오지 않아서 문제 정의를 한 번 더 했다. ‘왜 기자들이 답장을 안 해 주지?’, ‘당연히 답장을 안 하지. 내 제품에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누가 내 제품에 관심이 있을까?’ 이렇게 한 발짝 더 나가는 거다.

그러다가 알라미와 비슷한 서비스인 ‘라모스 알람’에 대한 기사를 쓴 씨넷 기자를 찾았다. 라모스 알람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니까 알라미에도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패했을 때 거기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깊게 들어가서 ‘어떻게 풀지?’ 생각하면서 깊게 파 보는 태도가 전반적으로 도움이 됐다.

왜 그렇게까지 알라미를 알리려고 했나. 그냥 '사람들이 잘 안 쓰네' 하고 말 수도 있었을 텐데.

큰 생각이 없었다. 일단은 내가 만들었으니까.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쓰고 피드백을 주는 것 자체가 재미있던 시기였다. 두 번째로는, 막연하게 사람들이 많이 쓰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전에도 제품을 알리려고 해 본 경험이 있는지?

‘애니팡 도우미’라는 핵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 애니팡 1등을 하고 싶어서 만들었던 앱으로, 블록을 어디로 움직이면 되는지 알려주는 앱이었다. 프로그램이 나와도 사람들이 안 쓰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니팡 1등 하는 방법 영상을 올렸는데, 그게 엄청 바이럴이 돼서 일주일만에 언론에 나왔다. 그러니까 애니팡 법무팀에서 연락이 와서 일주일만에 내린 경험이 있다.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들이 쓸 때 재미를 많이 느꼈다.

처음부터 바이럴에 감각이 있었던 것 같다.

맞다. 돈 드는 마케팅은 많이 안 했지만, 바이럴 마케팅은 많이 시도했다.

씨넷 기사가 나간 다음에 사용자가 많이 늘어났다.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서 밤중에 개선하면서 몰입감을 느꼈던 시기다. 어떤 경험들이 있었는지.

그전까지 누군가의 삶에서 실제로 쓰이는 제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알라미로 삶의 문제가 해결됐다는 이메일이나 편지를 받으니까 기뻤다. 딜라이트룸 회의실 이름이 다 사용자들의 닉네임인데, 거의 다 그 당시에 받았던 메시지의 주인공들이다.

한 사용자는 경증 치매 환자였는데, 약 먹는 걸 자꾸 까먹으니까, 약통을 사진으로 찍어야 알람이 꺼지도록 했다. ‘알라미가 내 삶을 살렸다’는 소감을 보내와서, 한 회의실의 이름을 ‘라이프세이버’라고 지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데 성공하니까 취업과 결혼까지 잘 풀렸다는 사연도 있었다. 몸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때 알았다. 아침에 일어난다는 건 몸을 운영하는 일의 시작이다.

‘라이프세이버’라는 이름과 유래가 적혀 있는 회의실 (출처: 딜라이트룸 블로그)

개선을 해야 한다는 피드백도 있었는지?

‘페이팔 가이’라는 사용자가 있었는데, 알람이 울릴 때 전원이 꺼지지 않게 해 달라는 피드백을 줬다.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는데 자꾸 가능하다고 하는 거다. 나중에 그가 앱 하나를 보내줬는데, 진짜로 그런 기능이 가능했다. 참고해서 ‘전원 끄기 방지’ 기능을 추가하니까 사용자가 고맙다고 페이팔로 소액의 돈을 보내줬다. 광고 수익밖에 없던 시기라, 사용자에게 처음으로 돈을 받은 경험이었다.

서비스 초기부터 광고를 달았다. 그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지?

전혀 없었다. 큰 뜻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대단한 미션도 비전도 없었다. 월세 30만 원 정도 벌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알라미를 시작하고 반 년쯤 뒤에 30만 원을 벌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출시 이듬해인 2013년에는 알라미를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는데, 이때는 유료 앱으로 올렸다.

그 때는 유료 앱 시장이 컸다. 좋은 앱은 돈 주고 산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알라미도 매니악한 사용자가 많으니까 돈 주고 팔면 사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으로 유료 앱으로 올렸다. 1.99달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한 달 구독료가 7000원이 넘는데, 그때는 평생 쓰는데 2달러였으니 정말 저렴했다.

당시 알라미를 유료 앱으로 올리고 나서 일주일 만에 3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어땠는지?

좋았다. 알라미로 돈도 벌 수 있으니 재밌었고. 그런데 돈이 그만큼 벌리면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을 만들어서 뭘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해야 한다고 해서 만든 거라… 사업적으로는 조악하게 시작한 셈이다.

법인을 설립한 다음에도 상당 기간 혼자 운영했다. 다만 2014년에 60개 국가에서 알람 앱 1위를 하면서 대박이 났고, 이후 조직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2014년에 알라미가 잠깐 무료화를 해서, 전 세계 60개국에서 1위를 한 적이 있다. 알라미 마케팅 역사상 가장 큰 성과였다. 돈 한 푼 안 쓰고 60개 국가에서 1위를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갑자기 앱을 무료로 푼다고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몇십 개 국가에서 1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당시에 유료 앱들이 핫하다 보니 '오늘만 무료' 플랫폼이 많았다. 이런 플랫폼들의 가입자가 수천만 명에 달했고, 나도 사용자였다.

‘오늘만 무료’ 플랫폼 중 하나인 appgratis (출처: appgratis)

알라미를 그런 플랫폼에서 소개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원래 그런 플랫폼들은 돈을 받고 앱을 소개했다. 그런데 알라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앱이니까 공짜로 해 달라고 제안을 넣었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플랫폼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을 물색했다. 결과적으로 메이저 플랫폼 세 곳에서 동시에 우리 앱이 공개됐다.

보통 한 번의 의사결정 뒤에 있는 이런 세부적인 과정들은 잘 공개되지 않지만, 사실 60개국 1위의 배경에는 이런 과정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점점 사업이 커진 걸로 보인다. 다만 2014년 무료화 때에는 작정하고 마케팅을 했던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졸업을 앞둔 시기였다. 알라미의 트래픽이 커지니까 이 제품으로 뭔가를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시기에 졸업했고, 앞으로 뭘 할지 고민을 했다. 당시 이미 1년에 순이익 몇억 원씩은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다. 박사 과정을 밟거나 디지털 노마드처럼 살 수도 있었다.

굳이 팀을 꾸리는 길을 택한 이유는?

문제를 풀어서 성과가 나도 함께 즐기고 축하할 사람이 없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니까 알라미가 60개국에서 1위라고 찍혀 있어서 막 좋아했는데, 혼자 원룸에서 한 30초 좋아하고 바로 다시 코딩하는 모습. ‘혼자가 아니라면 200개 국가도 가능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5명 정도 팀을 꾸렸고, 다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인가.

대부분 연구실 선후배, 혹은 옆 연구실에 있던 사람들이다.

당시 주변에서는 알라미에 대한 평이 어땠는지.

다들 사이드 프로젝트로만 생각했다. 당시에는 O2O처럼 커 보이는 분야의 앱이 훨씬 주목받았고. 알라미가 PR도 안 하니까 돈을 벌고 있는지도 몰랐다. 해외 사용자가 더 많으니까, 한국에서는 더욱 알려지지 않았다. 주변에서 힘내라는 격려(?)도 많이 받았고, 다른 회사에서 개발자로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다.

초기 멤버들이 다 개발자들이었던 건데, 고객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없었다. 창업자의 DNA가 회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에 공감하는 게, 내가 CS를 직접 하다 보니 다음에 뽑는 사람들도 동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VoC의 중요성이 높다. 스프린트마다 한 시간씩 모든 리더가 CS 원문 데이터를 본다. 정제되지 않은 원문 그대로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딜라이트룸 회의실 모습 (출처: 딜라이트룸 회사 소개)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 개발자 멤버들과 함께 수익화의 감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지. 알라미는 어떤 회사보다도 수익화를 일찍부터 잘한 회사다.

그걸 맞추는 데에도 VoC가 도움이 된다. 결국 고객 관점과 수익화 사이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잡는가의 문제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균형 지점을 어디로 잡느냐는 상관없고, 서로 합의만 되어 있으면 반은 해결된다고 본다.

그래도 나서서 수익화 관점을 주장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나.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수익화를 더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수익화에 관심이 있었다. 알라미가 막 출시됐을 때만 해도 카카오톡 같은 앱들이 잘 됐기 때문에 ‘우선 트래픽을 모아야 하고, 트래픽 모을 때까지는 UX 해치는 것들이 있으면 안 돼.’ 이런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거 잘 모르겠고, 처음부터 수익화하려고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부터 돈을 벌었으니까. 물론 제품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돈을 못 버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쌓여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알라미 수익화의 핵심은 ‘광고 네트워크’였다. 본격적으로 써보기로 한 시기가 언제부터였는지.

알라미가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광고 생태계가 좋지 않아서 보통 직광고를 많이들 했다. 그런데 알라미는 글로벌 서비스라서 직광고를 가져오기가 어려웠다. 결국 광고 네트워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는 했지만, 사업적으로는 나쁜 선택이 맞다.

그런데 알라미 트래픽이 늘고, 효율화 노하우가 생기고, 광고 생태계가 발전하고, 네트워크가 쌓이다 보니까 돈이 됐다. 오래 해서 그런 거지, 초반에는 월 30만 원 버는 수준이었다. 인건비도 안 나오고 개발 비용도 안 나왔다.

광고 네트워크에 대한 노하우가 어떤 건지 예를 든다면.

유통망을 최소화하는 거다. 네트워크 광고라는 건 광고 지면을 중간자를 거쳐서 프로그래매틱하게 사고파는 거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가 되고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까 굳이 중간자를 거치지 않고 사고팔 수 있게 됐다.

또한 네트워크 광고라는 게 경매 같은 거라서, 5명에게 물어보는 것보다는 500명에게 물어보는 게 더 단가 높은 광고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문제는 500명에게 물어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다. 비싼 가격으로 보여주려다가 사용자에게 아무 광고도 못 보여주고 넘어갈 수도 있다. 5명에게 물어봐서 100원 벌 수 있었는데, 200원 벌려다가 0원을 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익화에 대한 감이 생긴다.

광고 네트워크들의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 만들었던 내부 툴 (출처: 딜라이트룸 블로그)

이렇게 노하우가 있다 보니 빅테크의 광고 플랫폼 팀 PM들이 새로운 광고 플랫폼을 만들 때 우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다 보니 일반 개발사들이 쓰지 못하는 정보도 빨리 얻을 수 있었고.

광고 네트워크 분야가 다들 관심이 없는 분야였기 때문일까.

그렇다. 지금도 돈을 많이 못 버는 영역이다. 우리가 DAU 200만이니까 규모의 경제도 나오고 광고 매출 100억이 넘어가는 건데, 사실 DAU 10만도 만들기 어려운 숫자다.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1년에 1억 벌기도 어려운 분야라는 의미다.

지금 알라미의 장점들이 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알라미를 운영하던 시기부터 싹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3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시간과 집중의 방에서 훈련하는 것처럼… 그때는 대학원 정말 싫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배치 프로그램 들어가고, 투자받으면서 사업했을 거다.

광고 네트워크 노하우가 그대로 SaaS화된 게 작년에 공개한 ‘다로(Daro)’다. 앱 개발사를 위한 광고 수익화 솔루션이라고.

‘다로’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주변에서 물어보러 오는 사람도 많았고, 컨설팅도 공짜로 다 해줬으니까. 하지만 우선은 알라미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다로’를 만들어버리면 애드테크 회사가 되는 걸까 불안하기도 했다. 우리는 B2C를 잘하는 거지 B2B를 잘하는 곳은 아니니까.

다로 대시보드 (출처: 다로 홈페이지)

그런데도 ‘다로’를 만들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나?

딜라이트룸이 투자나 인수를 꽤 많이 했다. 피투자사나 자회사에 광고 노하우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더 많이 생겼다. 이왕 이렇게 부산물이 계속 나올 거면, 제품화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점쯤에는 다로를 출시해도 회사에 이득이 되겠다는 계산을 마친 걸까.

매출원 다각화 측면에서 알라미에만 기대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다로는 알라미의 핵심 노하우에서 계속 나오는 부산물이니까 장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도 알라미가 잘 되고 있어서 집중해도 될 텐데.

매출원이 다각화되지 않으면 성장이 정체된다. 스타트업에서 회사와 대표가 구성원에게 줘야 하는 건 성장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재밌게 버틴다. 반대로 아무리 복지와 워라밸이 좋아도 성장하지 않는 곳이면, 인재들은 다 이탈한다고 본다.

알라미 제품 이미지 (출처: 딜라이트룸)

알라미나 다로, 모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를 발굴하고, 숙성해서 진짜 풀어야 할 문제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그걸 제대로 푸는 것까지가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잘해온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잘 숙성해서 풀어야 하는지 아닌지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직접 사용자가 되어 보아야 한다. 사용자로서 긴 시간을 직접 써 보는 것만큼 잘 숙성시키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다로 팀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 다로보다 더 좋은 광고 플랫폼이 있으면 바꿀 거예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마지막으로, 딜라이트룸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알라미’는 궁극적으로 기본 알람 앱을 대체하는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기본 알람 활성 사용자 수는 30억 명이니까, 목표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카카오톡이 기본 메시지 기능을 대체한 것처럼, 알라미도 기본 알람 앱을 대체하고 알람의 본질을 재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1억, 2억 DAU도 달성 가능하다.

‘다로’는 궁극적으로는 트래픽이 나와도 수익화를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애드몹(admob)이나 앱러빈(applovin) 같은 글로벌 애드 네크워크 대신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작년에는 퍼블리셔(광고 매체) 10~20개 정도만 받았고, 올해는 100개 정도만 받아서 관리할 예정이다. 지금은 승인된 곳만 이용할 수 있지만, 내년(2026) 이후로는 누구나 셀프 서빙으로 쓸 수 있도록 오픈하는 게 목표다.

사실 나는 3년 뒤, 5년 뒤의 거창한 계획보다는 매번의 의사결정을 잘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알라미든 다로든 딜라이트룸의 근본은 같다. 결국 사용자의 문제에 집중하고, 그때그때의 의사결정을 잘하는 것. 그게 앞으로의 성장도 만들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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