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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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 생성형 AI를 판다는 것

2025년 1월 21일(화) #5호

파는 사람들2025-01-21

[목차]

  • part ⓪ ⋯ 들어가며: AI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 part ① ⋯ Q1: 왜 이 일을 하게 됐는가?

  • part ② ⋯ Q2: 전에 팔던 프로덕트와 무엇이 다른가?

  • part ③ ⋯ Q3: AI를 어떻게 팔고 있는가?

  • part ④ ⋯ Q4: 앞으로의 계획은?

  • part ⑤ ⋯ 나가며: 새로운 세상을 그려주는 일

[인터뷰이]

  • 말한 사람:

    • 베슬AI 임재민 세일즈 매니저: AI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슬AI에서 B2B 세일즈를 하고 있다. 자체 LLM을 만들려는 기업들이 주 고객이다.

    • 네오사피엔스 성현도 B2B 세일즈 팀장: AI 음성 합성 서비스 ‘타입캐스트’의 B2B 세일즈를 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AI 음성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기업이 주 고객이다.

    • 라이너 박영준 마케팅 팀장: AI 검색 엔진 ‘라이너’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고 있다.

    • 라이너 윤예람 프로덕트 마케터: AI 검색 엔진 ‘라이너’에서 고객 인터뷰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해 제품 개선점과 마케팅 메시지를 도출하고 있다.

    • 채널코퍼레이션 김지예 CSM 리드: AI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의 세일즈 매니저. 채널톡 고객사와 소통하는 CSM(고객 성공 관리) 팀을 이끌고 있다.

  • 묻고 쓴 사람: 채널톡 조혜리 에디터. 채널톡에서 다양한 텍스트 콘텐츠를 쓰고 있다.

IT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르게 MAU 1억 명을 달성한 서비스, 챗GPT가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2년간 AI는 메가 키워드로 군림했다. 수많은 IT 기업들이 AI 키워드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했고, 2025년에도 AI의 영향력은 이어질 예정이다.

(출처: 오픈AI)

B2B SaaS 스타트업, 채널톡의 실무자인 필자에게도 지난 1년은 단연 ‘AI 세일즈’의 해였다. 2024년 4월, 채널톡 AI 기능이 출시된 이후 필자와 동료들의 미션은 AI를 알리고 파는 일이었다. AI가 단순히 신기한 장난감이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가 되려면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효과가 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놀랍게도 생성형 AI 프로덕트를 파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루는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 챗GPT를 모르는 사람에게 챗GPT 유료 구독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모든 질문에 답변할 수 있지만 가끔 이상한 답변을 내놓는 툴이란 얼마나 설명하기 까다로운가. 결국 AI 세일즈에 왕도는 없었고 고객사와 제품팀 사이를 오가며 무식하게 체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채널톡에서의 2024년을 돌아보며 다른 팀들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모두가 AI를 내세우며 아우성친 해였는데, 다른 팀의 AI 세일즈 경험은 과연 어땠을까. 생성형 AI 열풍이 계속된다면 AI 세일즈의 경험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하고, 2025년 첫 뉴스레터의 주제를 ‘AI 파는 사람들’로 기획했다.

다행히도 서로 조금씩 다른 AI 서비스를 팔고 있는 베슬AI, 네오사피엔스, 라이너 3개 기업의 세일즈/마케팅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채널톡까지 합치면 4개 기업의 이야기다.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디테일은 조금씩 달랐지만 큰 틀은 다르지 않았다.

(출처: 네오사피엔스)

네오사피엔스 B2B 세일즈팀을 이끄는 성현도 팀장은 2020년부터 AI 세일즈에 뛰어들었다. 네오사피엔스는 AI 음성 서비스 ‘타입캐스트’를 만드는 곳으로, 유튜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AI 음성을 만들어 영상에 입힐 수 있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타입캐스트는 주로 B2C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성현도 팀장이 합류하던 시기부터는 B2B 비즈니스의 틀을 잡고 SaaS화하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동영상 플랫폼 SaaS 세일즈를 하던 성현도 팀장이 네오사피엔스로 이직한 데에는 AI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당시에는 생성형 AI라는 용어도 없었고 TTS(Text To Speech)라는 표현을 썼다. 그럼에도 AI 회사들을 만나 보니 ‘이런 것까지 돼?’ 싶은 것들이 많았다. 지금처럼 AI가 영상을 100% 만드는 수준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때 면접 보러 다니던 회사들은 다 AI 관련된 회사들이었다.” (네오사피엔스 성현도 팀장)

(출처: 라이너 유튜브 영상)

라이너의 박영준 마케팅 팀장과 윤예람 프로덕트 마케터는 2023년, 라이너가 ‘AI 검색 엔진’으로 진화하면서 본격적으로 AI 프로덕트를 마케팅하게 됐다. 두 사람이 라이너에 온 것은 결국 라이너의 빠른 변화 속도 때문이었으니, AI 방향성에도 만족하는 게 당연했다.

“LG생활건강에서 소비재 마케팅을 하다 보니까 큰 변화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좀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크게 이끌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라이너 박영준 팀장)

”라이너의 빠른 변화를 더 지켜보고 싶다는 미련이 있었다. 물론 예전에는 AI 회사가 아니었고 이렇게까지 변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한다.” (라이너 윤예람 프로덕트 마케터)

(출처: 베슬AI)

AI 세일즈 분야에서 이미 한 차례 이직을 경험한 베슬AI 임재민 매니저는 막연하게 ‘AI가 유망할 것’이라는 생각 이상으로 더 나아가, AI 산업의 형세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몸을 담고 있는 베슬AI는 기업의 자체 LLM 모델 운영과 관리를 돕는 회사로, AI 산업 내에서는 ‘인프라’ 계열의 회사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해 보면 AI 업계에 있는 게 맞다. 다만 AI 업계 안에도 서비스 회사, 인프라 회사, 솔루션 회사 등 여러 레이어가 있다. 저는 우리나라에도 자체 LLM 모델을 만드는 회사들이 생길 거라고 봤고, 그때 필요한 건 인프라 회사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베슬AI 임재민 매니저)

(출처: 채널톡 홈페이지)

채널톡에서 B2B 세일즈를 하고 있는 김지예 리드는 담당하던 제품의 업데이트로 AI 세일즈에 발을 들였다. 고객상담 SaaS 채널톡에 AI 챗봇 기능이 붙었고, CSM(고객 성공 관리)팀 김지예 리드가 고객들에게 AI 기능을 권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

“우리 팀의 에너지를 어느 기능에 집중할까, 고민해 봤을 때 당연히 AI였다. 세일즈맨으로서 AI를 팔 수 있는 툴이 많지 않다. 20~30년 뒤에 저희가 한국에서 최초로 생성형 AI 세일즈를 해본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채널톡 김지예 리드)

인터뷰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의지로 AI 세일즈/마케팅을 시작했다. 제품의 변화로 인해 갑자기 AI를 팔게 된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만족했다. 애초에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있었던 이유는 미래에 중요해질 분야, 세상이 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동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나게 된 AI 프로덕트는 대체 그전에 팔던 프로덕트들과 어떤 점이 달랐을까. 생성형 AI 프로덕트를 팔기 이전에 다른 프로덕트를 팔아본 인터뷰이들에게 ‘AI 세일즈와 다른 세일즈의 차이점’을 묻자 다들 서로 짠 듯이 비슷한 대답을 했다. 요지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팔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전에 팔았던 소비재의 경우에는 완전히 세상에 없던 제품이 새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까 컨셉을 다양하게 하는 전략이 잘 먹혔다. 그런데 라이너는 이 프로덕트가 사용자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주는지, 어떻게 쓰면 좋은지, 실제 활용 사례를 이야기해야 사용자들에게 와닿는 것 같다.”(라이너 박영준 팀장)

B2C 서비스인 라이너는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을 썼을 때의 삶’을 그려주는 방법으로 실제 활용 사례(use case)를 보여주는 방법을 쓴다. 주로 쓰는 포맷도 텍스트가 아닌 영상이다. 사람들의 상상을 돕기 위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본 ‘챗GPT’도 자주 언급하고 비교한다.

(출처: 챗GPT 생성)

B2B 서비스에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같지만 해결책은 좀더 복잡하다. 개인에서 기업 단위로 스케일이 커지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의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때 세일즈맨들은 ‘AI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게 된다.

“AI는 채널톡의 다른 기능보다 세일즈 공수가 더 든다. 예를 들어서 ‘상담 툴’이라는 개념은 시장에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경쟁 서비스들이 이미 많고, 고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라 세세한 기능을 비교하는 정도다. 하지만 AI는 애초에 비교할 대상조차 없다. 코어부터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 거다.” (채널코퍼레이션 김지예 리드)

“그전에는 기존 서비스 대비 어떤 혜택을 더 줄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면 됐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든가, 기능이 훨씬 편리하다든가. 지금은 그런 밑바탕이 아예 없다. AI의 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여기에 AI 접목해서 써 보시겠어요?’ 영업해야 한다. 고객이 어떤 프로세스로 업무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해야 하는 거다.” (네오사피엔스 성현도 팀장)

(출처: 챗GPT 생성)

AI 인프라부터 모델 관리 영역에 특화된 베슬AI에서는 프로젝트 단위의 세일즈가 진행된다. 때문에 기업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프로젝트를 구성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들과 판을 짜기도 한다.

“저희는 인프라 레이어에 있는 회사로서, 서비스 레이어에 있는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모양새다.” (베슬AI 임재민 매니저)

근본적으로 AI 세일즈의 난점은 여전히 AI가 낯설고 막연한 프로덕트라는 데 있었다. 여기서 세일즈/마케터가 해줘야 하는 역할은 결국, AI가 바꿀 미래의 구체적인 비전을 그려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인터뷰에 응한 세일즈 매니저와 마케터들은 어떻게 AI의 비전을 그려주고 있었을까. 인터뷰이들이 AI를 파는 방법도 각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역할과 형태에 따라서 조금씩 달랐다.

인프라 단계의 회사가 AI를 어떤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지 고객사별로 그림을 직접 그려 주고 파트너 회사까지 섭외해 주는 수준이라면, 서비스 단계의 회사들은 실제 활용 사례와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알리는 방식으로 그림을 전달했다.

서비스 중에서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는 도입 담당자의 KPI를 파악하고 이해관계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B2C 서비스는 대중적인 키워드나 매체를 활용해 노출을 늘리려는 전략이 눈에 띄었다.

기업명

성격

주요 고객

세일즈 접근법

차별화 포인트

베슬AI

인프라

자체 LLM 구축을 원하는 기업

AI 프로젝트의 내용부터 실행 구조까지 설계

내부 구축 + 파트너십 활용

네오사피엔스

B2B 서비스(원래는 B2B, B2C 모두)

AI 음성을 활용하는 기업(홈쇼핑, 교육 기업, 통신사 등)

KPI 파악해 페인포인트 도출

고객의 숨은 니즈 해결 (맞춤형 솔루션)

채널코퍼레이션

B2B 서비스

CX/CS를 운영하는 모든 기업

기대치 조율 및 AI 한계 설명

고객사와 공동 성공사례 창출

라이너

B2C 서비스

다량의 정보를 찾고 정리해야 하는 소비자(대학생, 석박사생 등)

유즈케이스 중심 마케팅

영상 활용, 챗GPT 비교 강조

베슬AI에 찾아오는 고객들은 주로 자체 AI 모델을 구축하고 싶은 기업들이다. 프로젝트당 금액도 수십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고, 소요되는 시간도 6개월~1년 수준으로 길다. 세일즈 담당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에 관여하기에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품도 많이 든다.

(출처: 베슬AI 홈페이지)

이러한 베슬AI 세일즈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판을 짜고 챙겨준다는 점. 임재민 매니저의 경우에는 앞단의 AI 서비스 회사에서 일한 경력 덕분에 더욱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고객들이 ‘AI로 뭐 할 수 있나요?’부터 질문한다. 그 질문에서부터 그림을 같이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어떤 일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지, 어떤 일에 돈이 낭비되고 있는지… 온프레미스*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로 다 해줄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베슬AI는 인프라부터 모델 관리, 모델 운영까지 잘하는 회사니까 다른 레이어에서 잘하는 회사들을 데려온다.” (베슬AI 임재민 매니저)

(온프레미스(On-premise): 기업이 자체적으로 IT 인프라를 소유, 관리 및 운영하는 경우. AI의 경우에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고 내부에 AI 모델부터 서비스까지 구축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자의 KPI를 파악하고 기업의 과제에 적합한 솔루션을 주는 것. 이는 다른 B2B 기업의 인터뷰이들도 입을 모아 중요한 요소로 언급했던 내용이다.

“실제로 담당자를 만나면 물어보는 것들은 이렇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과제가 무엇인가, KPI가 무엇인가. 당신이 성공하면 저도 좋은 거니까, 당신의 AI 프로젝트를 도와주겠다. 단순히 돈 벌자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AI로 그 사람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베슬AI 임재민 매니저)

네오사피엔스의 B2B 기업들은 홈쇼핑이나 통신사처럼 다양한 목소리로 자연스럽지만 실수 없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음성이 필요한 곳들이다. 이런 기업들에 주로 타입캐스트 API를 제공하는 것이 타입캐스트의 B2B 비즈니스.

(출처: 네오사피엔스 홈페이지)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 왔지만 여전히 ‘AI 음성’에 대한 편견이 있고 어디서 효용이 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필요한 건 고객의 KPI에 집중하고 전체 업무 프로세스 중 AI가 들어가면 좋은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

“일단 고객에게 빙의를 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짜증날까, 타입캐스트로 해결이 가능할까. KPI가 뭘까. 어떻게 일하는지 귀찮을 정도로 자세히 물어보고 워크플로우를 그려서 해결 방안을 이야기한다. 사실 KPI를 이야기하지 않는 고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네오사피엔스 성현도 팀장)

예를 들어 홈쇼핑 업계의 KPI는 음성 녹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고, 교육 업체에서 영상을 만드는 담당자들은 생산량이 늘어나는 게 중요했다. 통신사 담당자들에게는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것, 그리고 기한을 맞추는 것이 포인트.

물론 어렵사리 고객의 진짜 니즈를 알아내도 문제 해결 시나리오를 짜는 일이 예전보다 쉽지 않다고 성현도 팀장은 말했다. 그 사이 무섭게 성장한 AI의 성능과 고객사의 기대치 때문이다.

“그전에는 리소스가 절약되거나, 매출이 새로 발생하는 둘 중 하나라도 핏이 맞으면 계약이 됐던 것 같은데 챗GPT가 나오고 나서는 둘 다 만족해야 했다. 작년에 AICC(AI 컨택센터) PoC를 할 때에도 상담사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타입캐스트를 쓰면 통화 청취량이 늘어날 거고, 계약 성사율도 높아질 거라는 가설을 세워 보기도 했다.” (성현도 팀장)

채널톡의 고객은 CS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기업들. 최근 CS 업계의 관심사는 AI 챗봇으로 반복 문의에 응대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가이고, 채널톡 역시 AI 챗봇 ‘ALF'를 출시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에 AI 기능이 추가된 케이스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AI가 상담을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는 모른다. 그래서 김지예 리드의 AI 세일즈 포인트는 ‘기대치 조율’이다. AI로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부터 AI가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고객의 울퉁불퉁한 기대치를 정돈하고 시작하는 방식이다.

“AI 세일즈를 맡은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다. 고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너무 큰 것 같고, 저도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레드(최시원 대표)랑 제임스(정민규 AI 리드)를 고객사 미팅에 모시고 가서 두 분이 고객에게 우리 AI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배웠다.” (채널톡 김지예 리드)

“우리 AI는 ‘학습’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모두들 ‘오잉?’하는 표정이 된다. 그러면 설명한다. 신입 직원이 상담한 것까지 AI가 학습한다면 너무 아찔하지 않겠나. ALF는 고객사가 넣어 둔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매칭하거나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AI가 할 수 있는 수준이 현실적으로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AI가 모든 걸 해줄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면 고객들이 오히려 신뢰를 해준다.” (채널톡 김지예 리드)

(출처: 채널톡 블로그 'AI 상담, 정말 효과 있을까?' 포스팅)

여기에 더해, 고객사 담당자들에게 함께 ‘AX(AI Transformation)’ 성공사례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고객사와 담당자는 누구보다 앞서 AI를 도입한다는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고, 다른 고객들은 AI가 바꿀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CX 담당자들은 ‘여러분의 커리어에 AI가 무기가 된다’고 말씀드리면 납득을 한다. 제가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사에서 우주 개발에 참여했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AI 산업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CX 매니저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저도 그 분들도 가슴이 울렁거리게 된다.” (채널톡 김지예 리드)

‘라이너’는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과 출처가 나타나는, 챗GPT나 퍼플렉시티와 유사한 형태의 ‘AI 검색 엔진’으로, 한국 기업의 프로덕트지만 주요 타겟 시장은 미국이다. 앞서 설명한 B2B 세일즈와 비교하면 확실히 ‘챗GPT’ 같은 이슈 키워드나 영상 포맷 등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라이너는 서비스 출시 직후 ‘프로덕트 마케터’가 나서서 미국 시장에서 고객 인터뷰와 인사이트 도출을 진행했다.윤예람 프로덕트 마케터가 찾은 인사이트는 라이너의 ‘출처를 표기하는 기능’이 고객들의 와우 포인트였다는 것. 라이너 멤버들조차 ‘출처 표기’가 강점인지 몰랐기 때문에, ‘와우’한 깨달음이었다.

“작년(2024년) 1~2월쯤에 라이너를 모르는 고객들과 처음으로 대화를 해봤다. 그 분들이 동일하게 ‘와우’ 했던 순간이 라이너 검색 결과에서 정확한 ‘출처’를 보여드릴 때였고, 사람들이 AI를 아직 신뢰하지 못하기에 투명한 정보 제공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뒤로 아예 출처를 사이드에 강조해서 빼는 식으로 출처 기능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윤예람 프로덕트 마케터)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메시지는 챗GPT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챗GPT를 써봤기 때문에, ‘챗GPT 써봤으면 이게 불편하다는 거 알지? 그 불편함을 우린 해결해 줄 수 있어.’ 이렇게 차별점 위주로 소통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윤예람 프로덕트 마케터)

(출처: 라이너 유튜브 채널)

그렇게 2024년 초부터 라이너는 본격적으로 ‘챗GPT보다 믿을 수 있는 AI’라는 메시지로 마케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챗GPT’ 키워드를 붙여서 트래픽을 늘리고, 영상 포맷으로 유즈케이스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해서 고객이 라이너의 사용 방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유튜브 광고, 검색 광고 등 페이드 광고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유즈케이스는 텍스트 에셋 보다는 영상을 통해 ‘라이너를 어떻게 사용하지 직접 보여주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영상으로 서비스 이용 방법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면 사용자들이 좀더 프로덕트를 잘 쓰는 사용자로 진화하는 것 같다.” (라이너 박영준 팀장)

각 AI 세일즈/마케터들의 앞으로의 계획은 다들 조금씩 달랐지만, 시장 상황을 기민하게 관찰하면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만은 같았다.

라이너는 '퍼플렉시티'의 인지도 향상과 '서치GPT의 등장'으로 더이상 ‘출처’ 키워드가 이전만큼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신뢰도’ 키워드에 좀더 초점을 맞춘 브랜딩을 고려하고 있었다. 채널톡 김지예 리드는 보다 실질적인 성공사례와 성과로 고객사와 소통하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 정말 운영비가 절감됐는지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세일즈하는 판을 만들고 싶다는 관점이다.

성현도 팀장은 ‘AI 에이전트’ 분야의 발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대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는 판인 데다가, 음성이 중요한 만큼 타입캐스트가 재빠르게 발맞춰 나가야 할 분야다. 임재민 매니저는 지금의 챗봇, RAG 수준을 넘어서 RPA 자동화 단계까지 가야 AI 효율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생산성을 낸다는 AI를 파는 과정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 알아내고, 그 사람의 욕망에 맞춰서 AI가 들어갈 자리를 제안하고 사용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사람의 고민과 손길이 필요하기에, 더더욱 'AI 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믿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AI 파는 일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AI에 커리어를 베팅했다는 사실이었다. AI를 일선에서 팔아 보고 초기에 성과를 낸 것 자체가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저도 CX 매니저님들과 똑같다. AI 세일즈를 하면 결국 제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제가 채널팀에 계속 있는 이유 중 하나도 AI다. 어쩌면 우리 회사가 AI를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한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채널톡 김지예 리드)

(출처: 챗GPT 생성)

AI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지점에 ‘AI로 돈 벌기 힘들다’는 회의론이 있다면, AI 물결의 최전선에는 ‘여기에 내 미래가 있다’는 믿음으로 AI가 만들 미래를 전파하고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필자도 'AI 파는 사람들'이니까 이들이 의심하지 않는 이유를 안다. 우리는 AI 자체보다는,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기술'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새로운 흐름이 오더라도, 다가올 미래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전달해 본 경험 자체의 가치는 변치 않는다. 지금, AI를 파는 자리에는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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